建築資料室

화재와 외단열(드라이비트)

具善會 2017. 12. 23. 12:47

출처: 한국패시브협회


주거시설의 단열은 외단열이 올바른 방향이다. 여기에 대한 물리적 근거는 워낙 많은 정보가 넘쳐 나기 때문에 몇가지 핵심 사항 만을 추리면 다음과 같다.

1. 열교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어, 결로와 곰팡이로 부터 자유로울 확율이 높다.
2. 실내에서 콘크리트의 축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3. 구조체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
4. 도시 열섬 현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


수 많은 장점이 있는 외단열이 올 해 1월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이후에 시장이 움추려 들고 있다. 화재의 원인을 외단열로 지목한 한 전문가의 발언과 이를 확대 생산한 언론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그러나, 이 화재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외단열 그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 외단열이 잘못 설계/시공된 것이 그 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우리나라는 외단열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정과 시방이 없고, 이로 인해 부실 시공된 외단열이 화재를 진화시킬 시간을 벌어 주지 못한 것이다.
이 아파트의 외단열 시공은 우리나라 외단열시공의 민낯을 보여 준거에 다름없다.


화재가 진압된 후의 언론 보도 사진을 보면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화재 확산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접착방식의 부실이다.
외단열미장마감은 “ribbon & dab” 방식의 접착 방식을 따라야 한다. 이는 아래 그림과 같이 단열재의 중앙부위와 테두리를 모두 접착하는 방식이다.

< 외단열미장마감에서의 단열재 접착 방법 >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후의 사진을 보면, 이 방식으로 접착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래 사진에서와 같이 점형으로만 접착된 것을 알 수 있다. 이 테두리와 중앙을 모두 접착하는 것은 몇가지 이유가 있지만, 화재와 연관해서는 이른바 “배면 연돌 현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후 사진, 출처: The Fact >

 


즉 단열재 접착이 점형으로만 되어져 있기 때문에 단열재의 배면은 맨 하부층부터 최상부층까지 공기층이 모두 이어져 있게 된다. 외단열미장마감의 하부에서 화재가 날 경우 공기의 온도가 매우 높게 올라가게 되고, 온도차로 인한 상승기류가 단열재의 배면으로 타고 올라가게 된다. 단열재의 외부면은 모르타르 미장이 되어져 있기 때문에 화재 확산이 느리나, 아무런 마감이 없는 단열재의 배면은 열기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이를 개념도로 표현한 것이 아래그림이다.
< 단열재 배면의 연돌현상 >

 

이 상승 기류의 속도는 매우 빨라서 아파트의 최상부층까지 불길이 번지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자기 소화성이 있는 유기질 단열재라 할지라도 단열재 배면을 따라서 빨대로 물을 빨아 올리 듯이 올라가는 불길을 견딜 수는 없다.

아래 사진에서 표면의 단열마감재가 마치 얇은 천처럼 되어져, 뒷부분이 빈 모양으로 부풀어 올라 있는데. 이 부분이 배면 연돌 현상으로 뒷면의 단열재가 모두 녹아버린 경우이다. 
사진을 찍은 곳이 최상층 파라펫 부분이니.... 불길이 최상부 층까지 매우 빠르게 번져 나갈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의도부화재_연돌현상.jpg
<연돌현상으로 인한 미장 후면의 단열재 연소, 출처: The Fact>



 

두 번째는 미장방법의 부실이다.
외단열미잠마감은 단열재의 외부측에 메쉬와 모르타르를 이용해서 미장면을 형성하게 된다.
메쉬와 모르타르는 철근콘크리트구조에서 철근과 콘크리트의 관계와 같다. 즉, 메쉬가 철근의 역할을 하고, 모르타르가 콘크리트의 역할을 맡는다. 서로의 응력을 바탕으로 강한 마감면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철근콘크리트구조에서 철근의 피복두께가 중요한 것은 철근의 내구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피복두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필요한 강도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외단열미장마감에서의 메쉬도 마찬가지로 모르타르 속에 합침되어 제대로된 피복두께를 유지해야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아래그림은 메쉬가 모르타르 속에 함침된 모습이다. 이를 위해 모르타르 작업을 두 번에 나누어서 하게 되는데, 바탕몰탈을 먼저 바르고 4시간이내에 메쉬를 대고 두 번째 몰탈 작업을 하게 된다.

< 외단열미장마감공법에서의 올바른 메쉬 위치 >

 

그러나, 여기에 대한 국내 규정이 없다는 이유와 항상 저가 수주로 일관된 시장의 분위기로 인해 단열재위에 직접 메쉬를 대고 몰탈작업을 1회만 하는 방식으로 작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것을 표현한 것이 아래그림이다.
< 우리나라에서 외단열미장마감의 메쉬 위치 >

 

이 방식은 저렴하기는 하나 외단열미장마감공법이 요구하는 외벽의 강성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단열재에 메쉬가 직접 붙어 있기 때문에 몰탈이 단열재와 접착되지도 못할뿐더러 메쉬는 전혀 강성을 가질 수도 없다.

외벽의 마감 강도가 하락되는 것은 물론이고, 의정부 아파트와 같은 화재시 단열재가 녹아 내리면서 강도가 없는 몰탈이 같이 탈락하면서 내부에 지속적으로 산소를 공급하게 된다. 즉, 제대로 시공이 되었다면 아래그림과 같이 단열재가 녹아 내리더라도 외부의 몰탈이 일정시간 이상을 버텨 주면서 타들어가는 단열재가 산소를 공급받는데 한계가 있으나, 몰탈이 같이 탈락하게 되면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즉, 배면의 접착방법과 메쉬를 비롯한 마감의 품질이 화재 확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 외단열화재시의 연소양상 >

 

독일에서의 외단열미장마감의 화재 현장을 보면 이 두가지 규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 지를 알 수 있다.
아래그림을 보면 화재 후에도 메쉬가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미장면 내부의 단열재가 자기소화성이 있다면 이처럼 화재가 급격히 빠른 속도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즉,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 독일 외단열미장마감현장의 화재 사례 1, 출처:Fassaden- und Dämmtechnik , Caparol >

 

아래그림을 보면 “ribbon & dab” 방식으로 접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8.jpg

< 독일 외단열미장마감현장의 화재 사례 2, 출처:Fassaden- und Dämmtechnik , Caparol >

 


의정부 화재는 불행한 일이며,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 화재로 인해 외단열 그 자체가 유해하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는 세월호 사고 이후 해경을 해체하겠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제대로 된 규정과 이를 준수할 수 있는 시장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무쪼록 이 일로 인해 주거시설이 외단열로 가야 하는 당위성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